이사 날이 결정되었다. 비교 견적을 위해 여러 업체들 중 맘에 드는 곳 딱 3곳만 추렸다. 그 이상은 일일이 방문견적 약속시간을 맞추기도 번거롭고 귀찮았다.
업체 1
이삿날 직접 일하실 팀장분이 오후 6시에 방문했다.
집안을 꼼꼼히 한 바퀴 돌며 큰 물건들을 체크한 후, 버릴 물건 여부를 묻고는 테이블에 앉아 계산기를 두드리시더니 깔끔하게 견적을 내주셨다.
첫 업체라 이 견적가가 비싼지 여부가 가늠되지는 않았지만, 팀장분의 베테랑 기운이 느껴졌다.
견적서 후, 명함을 주시고는 바로 가셨다.
업체 2
영업사원처럼 견적만 담당하는 분이 오셨다. 단정하게 양복을 입으셨지만, 담배냄새는 쩔어~
업체 1과 마찬가지로 집안 물건들을 체크하고 테이블에 앉아 견적을 내주셨다. 가격은 35만 원이 더 비쌌지만 인부 한 분이 더 추가되었기 때문에 업체 1과 비교하여 크게 차이가 나는 것 같지는 않았다.
다만 견적만 담당하는 분이라 한건 한건 실적 올리는 것이 중요한 듯 느껴졌다.
A: 가격은 어떠세요? 이 정도면 괜찮지 않으세요?
B: 아,, 저희 다른 업체도 견적 받아 비교해 보려고요.
A: 어디 견적 받아본 곳 있으세요?
B: 네, 업체 1이요.
A: 그럼 대충 이 가격일 텐데,, (카탈로그를 보여주며) 저희 업체는 소독과 꼼꼼한 이사처리 블라블라~ ~
B: 일단 생각해 보고요.
A: 다른 데 더 견적 받지 말고 저희 업체와 계약하세요~ 더 받아서 뭐해요, 저렴한 곳 아닌 이상 다 비슷할 텐데
흠, 필이 온다. 이 업체는 아닌 것 같다는..
업체 3
다음날 오전 10시로 업체 3 방문 견적을 예약했다.
하지만,, 10시가 지났는데도 늦는다는 연락 한통이 없다. 10시 10분쯤 문자를 남겼다.
<문자:혹시 오늘 방문견적 늦으실까요??>
답장이 없다. 10시 20분이 돼서 볼일을 보러 그냥 집을 나왔다. 그때,
띠링띠링~~ 전화가 울린다.
C: 저 이제 거의 다와 가요. 30분쯤 도착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.
B: 네... 알겠습니다.
다시 집으로 들어갔다. 마침 재활용 분리수거일이라 C분이 도착 전에 분리수거할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.
분리수거 후 돌아서는데, C분이라 생각되는 분이 바로 엘리베이터를 막 타고 올라가는 모습이 보였다.
바로 따라 집으로 올라가자 C분이 서있다.
그리고 나는 현관 비번을 누르려다가 순간 무서움이 엄습한다. 갑자기 뒤에서 느껴지는 쎄~한 느낌.
'혹시 비번을 외우진 않겠지'
띠띠띠띠-띠~, 젠장, 재빨리 누르려다가 틀려버렸다. 그리고 두 번만에 성공하여 집안으로 들어갔다.
C분이 실실 웃으며 따라 들어온다. 갑자기 풍겨오는 노숙자의 냄새.. 윽, B분의 담배 쩐내는 양반이었다.
그리고 입고 온 바지가 어찌나 긴지 바지통을 거의 양말 신듯 끌고 다닌다.
짐 체크 후 테이블에 앉아 견적을 낸다. 씩 한번 내게 웃음을 보내고선 견적 낸 가격을 내민다. 업체 1,2와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았지만, 그중 가장 저렴하긴 했다.
C: 어때요? (가격이) 괜찮져?
B: 네,, 괜찮네요.
C분은 오른손을 들어 올려 내게 하이파이브를 하자고 한다. 순간 당황하며 그 짧은 순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다가 거절하면 무시한다고 생각할까 봐 C분과의 손바닥을 마주쳤다.
C: 그럼 됐네요. 이대로 합니다. 계약금 10만 원만 이리고 보내면 ㄷ
B: 잠깐만요, 저 남편과 상의 좀 하고 해야 할 것 같아요.
C: 괜찮다면서요.
B: 네, 그런데 다른데 견적 예약해 놓은 곳이 또 있어서 비교 좀 한 다음에 연락드릴게요.
B: 그런데, 이삿날 직접 오시나요?
C: (실실 웃으며) 왜요? 제가 오면 좋겠어요~?
순간 헉했다.
C: 그럽시다. 제가 오죠~ 됐죠?
그 웃는 미소에 소름이 끼쳤다.
C분이 돌아갈 때야 보니 바지 지퍼도 열려있었다.
그리고 나는 곧바로 집 현관 비번을 바꿨다.
업체 1,2,3의 업체 중 나는 1을 택했다. 그것은 결코 어려운 결정이 아니었다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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